한국화가 박시현 씨 ‘우수작품상’ 수상 친숙한 것 모아 새롭게, ‘뷔자 데’ 작품
샌디에이고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시현 작가가 지난달 샌디에이고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아트
샌디에이고(Art San Diego) 2023’에서 영광의 ‘우수작품상’(Excellence of award) 을 받은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박 작가는 이번 아트 샌디에이고에서 동서양을 아우르는 시각과 경험을 작품에 잘 녹여 내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으며 평론가들로 부터도 큰 호평을 받았다.
박 작가가 출품한 작품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민화를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홍대
동양화과와 디자인 대학원을 거쳐 디자이너이자 작가로 활동하다가 캘리포니아로 건너 온 지
9년째인 박 작가는, 이곳에서 정착하면서 민화가 담아 온 ‘상징성’과 ‘소원’, ‘행복’ 등의 또 다른
표현을 탐구하던 중 우리의 민화를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재구성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두
문화의 익숙한 것들이 융합해 친숙하면서도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킨 것인데 한마디로 박 작가가
추구해 온 ‘뷔자 데 (Vujà Dé)’의 산물이다. 즉, ‘어디서 본듯한’ 기시감으로 번역되는 ‘데자 뷔 Déjà
vu)’와 반대로 ‘뷔자 데’는 이미 친숙하지만 마치 처음보는 것 같은 새로운 느낌, 늘 존재하던
것들로 부터 새로운 것을 창출해 내는 창의적인 관점이다.
예컨데, 우리 민화 ‘책거리’에는 주로 양반의 사랑방에 있는 물건이나 책, 골동품이 소재가 된다.
또 ‘일월오봉도’는 해와 달 그리고 다섯 봉우리의 산을 그린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병풍그림이다.
박 작가의 민화에는 한국적인 기본 요소와 더불어 캘리포니아의 ‘그리즐리 베어’나 ‘사막’,
‘선인장’, 그리고 ‘팜트리’나 ‘파피꽃’이 놀랄 만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또 사막 한가운데 이글이글
타는 듯한 태양의 붉은 색을 배경으로 해와 달과 산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선인장과 함께
배치돼 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그림 속의 소재들이 다분히 이질적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생뚱맞지 않고 오히려 잘 어울린다. 마치 뿌리를 잊지 않은 채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며 살고
있는 한인 이민자들의 자화상을 보는 듯 하다.
박 작가는 “2015년 샌디에이고로 이주해 민화를 그리며 나만의 시각과 경험을 접목하고 싶었다.
동양화를 공부하고 민화를 그리며 미국 서부에 살고있는 한국 화가가 그릴 수 있는 그림은
무엇일까, 내가 ‘나’이기 때문에 볼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진정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작품의 의도를 설명했다.
박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 20여 작품을 출품했고 2점은 즉석에서 고가에 판매됐다. 후문에
의하면 박 작가의 부스는 일반 관람객들 뿐 아니라 동료 아티스트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는데
이웃 작가들은 지나치는 관람객들을 이끌고 와 그의 작품들에 대해 “동양적이며 섬세하면서도
사실적이며 독특하다”고 앞다퉈 소개하고 전통한지와 가루물감의 기법에 대해서도 지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박 작가는 “내년에는 샌디에이고에서 개인전이 열리고 LA, 시애틀에서 열리는 아트페어가
연달아 계획돼 있다. 물질적인 상징 뿐 아니라 문화나 의식 등 비물질적인 상징들을 접목해 더욱
더 멋진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자세한 정보: 박시현 작가 웹사이트(www.sihyeonpark.com)/ 인스타그램(@artist_sihyeon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