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완벽한 금혼식 '무한신뢰' 바탕, 존중과 배려가 비결 아들,딸, 손주들과 칸쿤 축하여행
수퍼마켓 인보이스 관리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있는 정재웅 라이브데이타 대표.
샌디에이고 한미시니어센터 회장인 한청일, 한춘진씨 내외가 지난 3월 결혼 50주년을 맞았다. 결혼 50주년이면 금혼식이다. 이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한회장 부부와 1남 1녀, 그리고 자부, 사위와 손자, 손녀들 9명이 함께 칸쿤으로 가족여행도 다녀왔다.
행복하고 감사한 여행이었다.
해마다 만세 불렀던 결혼 기념일
금혼식 조건 어렵다는 것 알고 더 감사해
결혼식을 올렸던게 엊그제고 아이들이 태어난 것이 바로 어제만 같은데 벌써 50년이라니 세월이 정말 빠르다.
아내인 한춘진 무용협회 전회장은 “우연히 저희 금혼식이 알려지게 됐어요. 결혼기념일이 정확히 3월1일 이거든요, 한인커뮤니티에선 늘 3.1절 기념식을 하는 날이죠. 그래서 올해도 기념식을 준비하며, 결혼기념일에 맨날 만세를 불렀다는 제 농담을 들은 노인회 봉사자님이 말을 전해주신거죠. 근데 요즘 같은 100세 시대에 결혼 50주년이 뭐 별건가요, 노인회원 분들 사이에도 결혼 50주년은 다반사에 60, 70주년 된 커플도 계셔요.” 라며 별일 아니라고 손사레를 친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번에 50주년이 길다, 오래다 하는 것 보다도 금혼식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대해 감사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어느 목사님께서 말씀하시길 금혼식을 할 수 있는 조건이 엄청 까다롭다는 것이예요. 물론 헤어진 적이 없어야 하고, 병이 없어야 하고, 자식들도 다 살아있어야 하고, 또 자식들 모두 결혼도 해야하고요. 한마디로 두루두루 다복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꼭 금혼식이라 칭할 수 있다 없다를 떠나서 새삼 우리 부부가 그만큼 복을 받았구나, 머나먼 미국땅으로 이민와 살면서 그 조건을 다 충족할 수 있도록 큰 굴곡없이 잘살아온 것에 감사하고, 이렇게 주어진 것을 더 잘 가꾸며 행복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둘이서 나눴어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50년 중 20여년을 지켜본 입장에서는 그 어떤 조건보다도 한결같이 서로를 챙겨주며 늘 화목하게 살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당연히 달아주고 싶었던 훈장이자 금혼의 빵빠레다.
한결같은 화목은 서로에 대한 무한신뢰
“무조건 아내 말을 들어라!”
어련히 배려하고 챙겨준다 생각하니 쉬워
한청일 회장으로서는 이렇게 해로할 수 있었던 이유가 단 하나, 아주 확실하다.
“무조건 아내 말을 들어야 해요!”
세상의 모든 남편들로 부터 받을 눈총이 따갑지만 그것이 진리다.
한춘진 회장도 그점에는 자신있다. “부탁하면 부탁하는 대로, 조언하면 조언하는 대로 다 수용하는 편이세요. 중요한 결정에 있어서 부부 중 한사람이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가족을 건사하는 입장에서는 제일 편안하죠. 두 사람이 의견이 다르면 문제가 생기잖아요. 반면에 저도 의식주에 관련된 것은 물론 건강을 지키는 것 모두 다 정성스럽게 부족함이 없도록 케어해드리죠. 남편과 가족은 물론 다른 사람들도 배려하고 챙겨주는 제 성격을 아시니까 제가 말하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하고 따라주시는 편이죠. 저 또한 그렇게 따라와 주는 것을 감사하며 더 배려하고 더 잘하려고 노력해요.”
1974년 3월1일, 김춘진씨는 9남매의 맏이인 한청일씨에게 시집을 왔다. 돈 걱정없이 자란 편이라서 철없이(?) 여유가 있었을까. 9남매에 홀어머니를 둔 장남의 성실성 하나만 보고 덜컥 마음을 준 것이다. 한청일 새신랑은 그 심성이 어쩐지 고맙고 안쓰러워 동생들에게 확실하게 선언을 했다. 한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서 나에게 오는 것이지 너희들에게 일꾼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고.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생긴다. 하지만 춘진씨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 일로 인해 더 이상 같이 살지 않을 요량이 아니라면 항상 좋은 쪽으로 해결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처신했다.
25살 새색시가 참으로 현명했고 30살 새신랑은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아내를 얻은 행운을 거저라고 생각지 않고 진심으로 감사할 줄 알았고, 감사한 만큼 아내를 믿고 위해주기로 했다.
“무조건 아내 말을 들어야 한다”는 것을 제대로 번역하면 바로 “무한신뢰”다.
아내를 믿는 남편의 ‘자발적 물러섬’
“그래, 다 잘되었어?” 가 최선의 질문
한청일 회장은 “해주는 대로 다 받고만 있는 것이 자칫 가부장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거기에는 두가지 차원이 있어요. 당연한 마음으로 해달라고만 하고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할 줄 알지만, 해도 되지만 안하는 것이죠. 자기가 해야 마음이 놓이는 아내의 성정을 잘 꿰뚫어봐야 해요. 그런 의미에서 마음대로 하도록 해주고, 그 다음은 100% 믿는거죠. 그저 그냥 받아먹고만 있는게 아니랍니다.”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자발적 물러남’이다. 할 줄 몰라서, 하기 싫어서 안하는 것이 아니다. 아내의 선택과 결정을 존중하기 때문에 한발 물러나는 것이다. 그래서 한청일 회장은 여태껏 한번도 “어떻게 하기로 했어?”라는 질문은 해본 적이 없다. 다 지나고 났을때 비로소 “그래, 잘됐어?”라면서 결과에 대해 물어볼 뿐이다. 아내의 선택과 방법, 결정에 대해 왈가왈부 할 필요가 없다. 오롯이 믿어버리는 것이다.
그같은 신뢰에 보답이라도 하듯 한춘진 회장은 집안 살림을 잘 꾸렸고 자녀들도 잘 키웠다. 한청일 회장이 늘 얘기했던 “She is always right!”을 한번도 저버리지 않았다. 무한한 믿음에 대해 알맞은 결실로 보답하기 위해 항상 노력했다.
이제 자녀들이 자신의 가정을 꾸리면서 그같은 가풍을 이어간다. 그 또한 감사하다.
늘 긍정적인 마음은 기본
대대로 전달되는 가풍으로
한청일 회장은 여기에 더해 또하나의 노하우를 귀뜸한다.
“생각대로 이뤄진다고 하잖아요? 좋게 생각하면 좋게 이뤄진다고. 저 사람은 기가 막힌 장점이 하나 있잖아요. 바로 웃는거. 환하게 웃으며 좋게 생각하려고 노력하는것, 그것이 가족 모두에게 평화를 가져오고, 우리가 지금껏 무탈하게 살아올 수 있게 만든 큰 힘 같아요.”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 전적인 응원과 후원, 그리고 모든 것을 아우르는 긍정적이고 평화로운 가족 분위기를 위해 노력하는 부부. 이것이 그 어렵다는 금혼식의 조건을 다 이룩할 수 있었던 기본적인 동력이 아니었을까?
3월 어느날, 칸쿤에서의 디너.
가족들이 모두 하얀 옷을 맞춰입어서 단번에 뭔가 기념하는 분위기임을 알 수 있다. 한춘진 회장은 잔을 들고 기쁘고 만족스러운 목소리로 “다 건강해서 고맙고요, 행복하게 살아줘서 고마워요. 우리 사위, 며느리로 잘해줘서 고맙고, 손녀들, 손자도 우리 모두 건강하고 해피하게 잘살자! 사랑해요~”라고 건배사를 건넸다.
정말이지, 모든 것이 고맙고 고맙다.
글:서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