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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가스 여행] 사막에서 ‘신기루’를 보았다… ‘차이나 랜치 대추야자 농장’

중국인 이민자가 물길을 내어 개척한 대추야자 농장

말린 대추야자, 엑기스, 케이크, 셰이크 등 다양한 상품 판매


데스 밸리(Death Valley)로 향할 땐 만반의 준비를 한다. 차에 기름을 가득 채우고 물과 간식을 넉넉하게 챙기곤 한다. 하지만 이번엔 초입에 있는 차이나 랜치 대추야자농장을 찾아가기에, 별 준비없이 길을 나섰다. 160번 국도를 타고 레드락 입구를 지나 1시간10분 정도면 그 곳에 다다른다. 스프링 마운틴을 지나 작은 마을 패럼프(Pahrump)를 향해 달려가다 보면 햐얗게 눈이 쌓인 찰스턴 마운틴이 한 눈에 들어오며 장관을 이룬다.


테코파 로드(Tecopa Rd)에 들어서면 서부 영화에서 본 듯한 드넓고 황량한 사막 벌판에 외길 도로가 끝도 없이 뻗어있다. 이런 길을 달리다 보면 왠지 영화 ‘델마와 루이스’가 떠오른다. 미지의 불안감과 더불어 친구와 함께 길을 달린다면 짜릿한 자유로움이 교차한다. 누런 흙먼지를 흩날리며 낯선 경이로움에 탄성도 함께 날려본다.


올드 스페니시 트레일 하이웨이(Old Spanish Trail Hwy)로 우회전하면 진정한 데스 밸리의 자태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200여 년 전에 이미 만들어진 이 길은 뉴멕시코주에서 엘에이로 가기 위해 많은 희생을 치르며 만들어졌다. 라스베이거스 주변엔 이런 올드 스페니시 트레일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 중 데스 밸리를 지나는 경로가 가장 무섭고도 도전적인 루트였으리라. 우리가 쌩쌩 달리는 이 길에, 나귀를 타고 어린 아이까지 들쳐메고 끝도 없는 고행을 했을 그들을 생각하니 생각이 깊어졌다. 그들이 내어놓은 길은 신비롭다는 말로도 표현이 부족하다. 가파르고 높은 언덕을 올라서면 그야말로 새로운 사막의 그랜드 캐년과도 같은 광야.


사우스 나파 레인지 와일더네스 에어리어(South Nopah Range Wilderness Area)가 나타난다. 험준한 사막산 사이로 광활한 광야가 무한정 펼쳐진다. 언덕 정상에서 바라보면 현기증을 일으킬 만큼 무한한 질량에 대한 공포감도 밀려온다. 마치 외계에 도착해서 우주선 문을 열고 나온 막막한 미지의 느낌이라고나 할까. 올드 스페니시 트레일이 끝날 때쯤 좌회전.


푸르나스 크릭 로드(furnace Creek Rd)로 들어서면 데스 밸리 특유의 여러 빛깔로 빛나는 사막산의 군무가 시작된다. 카키색과 고동색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너무나도 세련된 빛깔들이 촘촘한 골짜기를 이루며 넘실댄다. 아마도 데스밸리를 진정 사랑하게 된다면 이 오묘한 색채의 향연 때문일 것이다.


차이나 랜치 로드(China Ranch Rd)로 우회전하면 곧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 그런데 비포장 도로가 시작되며 갑자기 무지막지한 암벽의 행렬이 나타난다. 사실 이 길을 지날 때 가슴을 쓸어내렸다. 꼬불꼬불 암벽 사이 급경사로 뚫린 길이라 초행길이라면 두려움이 엄습한다. 길을 잘못 들었나 싶은 생각이 들 때, 암벽들 사이로 푸른 야자숲이 나타난다. 정말 극적인 장면의 연출이다. 데스 밸리 특유의 고운 사막 언덕 능선 사이로 새로운 오아시스가 또 펼쳐진다. 사막에서 산다는 건 보석처럼 숨겨진 한 조각의 오아시스를 찾아내는 퍼즐 게임 같다.


*차이나 랜치 데이트 팜 & 베이커리

1850년 광산에서 일하던 중국인 이민자가 아말고사(Amargosa)강물을 끌어들여 땅을 가꾸고 과일과 채소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길러 광산 마을에 팔았다. 하지만 1900년 모리슨이란 자가 나타나 “여기는 원래 내 땅이다.”하며 총으로 위협해 중국인을 쫓아냈다. 그 뒤 다시 한 가족 에게 땅이 팔리면서 현재의 ‘차이나 랜치 데이트 팜 앤 베이커리’(China Ranch Date Farm & Bakery)가 되었다.

대추야자 농장은 장관이다. 부드러운 곡선의 구릉 사이로 큼직한 야자수들이 쭉쭉 뻗어있다. 대추야자는 길쭉한 포도 모양으로 생긴 열매로 중동이 원산지. 자주색 열매를 말리면 갈색을 띠며 맛은 말랑말랑하고 달콤한 곶감 맛이다. 이 농장의 주 판매 상품이며, 이 대추야자를 엑기스로 만든 상품은 대추차나 설탕 대용으로 훌륭하다. 특히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대추야자 케이크는 빵 굽는 냄새만으로도 식욕을 돋운다. 곁들여 먹는 대추야자 셰이크는 달고 부드러워 인기 메뉴이다. 대추야자는 말린 자두나 무화과보다도 항산화제가 더 풍부하다.


베이커리는 작고 낡았지만 상품의 질은 나쁘지 않다. 데스 밸리라는 척박한 사막에 둥지를 튼 마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경이롭다. 이 곳에서 20여 분 떨어진 곳에 테코파 온천 마을이 있다. 굳이 데스 밸리 메인까지 들어가지 않더라도 베가스 여행 중에 대추야자 농장과 온천을 둘러본다면 짧은 시간 안에 큰 만족감을 누릴 수 있다. 베가스 로컬 주민이라면 반나절 안에 다녀올 수 있는 매우 실용적인 나들이 코스.

데스 밸리의 봄이 활짝 핀 4월. 지천으로 흐드러진 야생화의 군무도 만끽한다면 최상의 여행을 누릴 수 있다.


▶주소: China Ranch Rd, Tecopa, CA 92389

▶전화: 760)852-4415

▶웹사이트: www.chinaranch.com

글 _ 제이스 이




<사진 설명>

*출처: 차이나 랜치 베이커리 페이스북

*올드 스패니시 트레일 하이웨이

*사우스 나파 레인지 와일더네스 에어리어(South Nopah Range Wilderness Area)

*암벽길 – 차이나 랜치 트레일

*대추야자

*차이나 랜치 데이트 팜 & 베이커리 정경

*베이커리 내부

*베이커리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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