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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귀해도 ‘오냐오냐’가 자녀 망친다

인성 형성하는 7~12세 가장 중요

(사진: canva)


밸리에 거주하는 김동원씨는 막내 아들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딸 둘 낳고 마지막에 낳은 아들이라서 금지옥엽 키웠는데 이제는 학교에도 가기 싫다고 해서 전문가를 만나야 할 시점이다. 심지어는 학교도 그만 다니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사랑해 자기 밖에 모르는 사람을 ‘나르시시스트’라 부른다. 어쩌다 이렇게 자기 밖에 모르는 성격을 갖게 된 것인지 알 수 있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연구팀은 7~11세 아이 565명과 부모(엄마 415명, 아빠 290명)들을 관찰하고 설문을 실시해 특징을 분석했다. 결론은 부모로부터 성장기 동안 지속적으로 과대평가(overvalue)를 받은 아이들은 나르시시스트 성인으로 성장할 확률이 뚜렷히 높았다. 아무래도 사회 생활이나 성공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과대 평가는 자녀에게 특별 대우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해줬을 때를 말한다. 이는 실제 능력이나 행동과는 무관한 경우다. 자녀는 점점 자신이 ‘남보다 뛰어난 사람’이라고 여기기 시작하게 되면 이것이 나르시시즘이 시작된다.


기존 정신분석학에서는 따뜻한 손길을 받지 못하고 자란 자녀들이 나르시시스트가 될 확률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때문에 최근 연구 결과는 기존 학설에 배치되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연구는 또한 부모의 가르침, 평가에 자녀의 성격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걸 밝혀냈다. 이는 본보기가 될 만한 행동을 따라하며 성격을 형성한다는 사회학습 이론과도 배치된다.


종이 한 장 차이 같이 큰 차이가 없는 것같지만 나르시시즘 대신 적당한 자존심을 길러주는 방법은 왕자병, 공주병 아이를 길러내는 과대평가 교육과는 다르다. 애정과 공감으로 키워낸 자녀는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길 줄 알면서 다른 사람도 자기처럼 소중한 존재라는 걸 잘 아는 성인으로 자라게 된다.


연구진도 작지만 큰 차이를 구분해내려 노력했다. 나르시시스트들은 남들보다 반드시 잘 나야 하기 때문에 적극적이다 못해 공격적인 경우가 많고 동시에 우울증이나 정서 불안으로 인해 약물에 의지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기존 연구는 성인이 나르시시스트인지 여부만 판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인터뷰에서 이번 논문의 저자 가운데 한 명인 에디 브루멜만(Eddie Brummelman) 박사는 어린이들에게도 질문을 해서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는지 아닌지를 가늠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밝혔다. 어린이들은 7~8세가 되면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 여건을 살펴서 그곳에 만족하는지 아닌지를 평가하기 시작하는데, 이때가 특히 남이 처한 상황, 다른 상황과 비교를 통해 평가에 반영하는 능력이 생겨나는 시기다. 부모가 어떤 식으로 자녀에게 세상을 인식하게 가르치느냐가 매우 중요한 것이다. 물론 부모의 가르침이 나르시시스트를 길러내는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다. 유전적인 요소도 무시할 수 없고 훨씬 더 어렸을 때 형성되는 성격의 특징에 따라 심각한 왕자병, 공주병을 앓게 될 가능성이 높은 자녀들이 어느 정도 결정되기도 한다.


이번 연구의 또 다른 저자 부시만 박사는 30년 동안 인간의 공격성에 대해 연구했는데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천만한 생각은 내가 누구보다 잘났다. 우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 저 인종은 우리 인종보다 미개하다. 내 종교가 네 종교보다 옳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그에 따라 행동하고 이는 갈등의 씨앗이 된다. 자신이 굉장히 뛰어나고 특별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굳게 믿는 나르시시스트들은 실제 자신의 능력과 지위에 걸맞는 상식적인 대우를 받았을 때 모욕감을 느끼고 공격적인 성향을 주체하지 못한다. 연구진은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자녀들이 주변을 바라보는 시각을 형성하는 7~12세 시기에 자녀를 무조건 떠받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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