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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포에버 212, ‘왕언니’ 작가 -조상아

13년 동안 작업한 80여 작품 전시 10월25일-27일, 에스콘디도 자택서 포도밭의 진리를 나누는 자리되길



사람들은 ‘아트 포에버 212’ 작가 중 한 명인 조상아 씨를 왕언니라고 부른다.

나이가 많다고 아무나 ‘왕’언니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만히 있어도 아우라와 포스가 남다른 천상 보스, 강하고 빠른 경상도 억양으로 바른 말을 거침없이 뱉어내는 그 앞에서는 허튼 소리 한마디도 통하지 않을 것 같다. 성격은 또 얼마나 시원시원한지, 한번 한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고, 안된다는 것은 누가 뭐래도 안된다. 반면에 이웃이란 이웃은 모조리 거두어 먹이고, 가득 가득 퍼 줘야 직성이 풀리는, 이 정도의 기질은 갖춰야 비로소 ‘왕’언니라 할 수 있다.


안그래도 원래부터 ‘철갑을 두른 여인’, ‘크레믈린’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단다. 뿐만아니다, 평생 자신은 결코 ‘만만치 않은 사람’이어야 했고 세상을 겁내지 않는 ‘간 큰 여자’였다. 그러기 위해 늘 목숨을 걸고 무언가를 시도해 왔고, 스스로 부끄럽지 않기 위해 항상 반듯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해 왔다. 한 마디로 자타가 인정하는 녹록치 않은 ‘왕’언니 맞다.

이 분, 왕언니가 10월 말에 미술 작품 전시회를 연다. 그런데 이번 전시회에선 왕언니의 왕언니스러운 모습 보다는 사뭇 다른 면모를 만날 것 같아 더욱 기대가 된다.


지난 13년 동안 줄곳 그림을 그렸지만 ‘작가님’ 으로 불리는 것은 쑥스럽고 가당치 않다는 조상아 씨는, 그림이라면 이미 30대에 한국에서 화랑을 운영하며 스케치부터 사군자까지 배워 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화실의 교육 여건이 그다지 아름답지 못하여, 그림 그리는 미션을 인생 청사진의 뒷부분으로 미뤄뒀다.


한때, 하늘을 찌르듯 올랐다가 또 끝도 없이 곤두박질쳤던 인생의 파도를 넘실대다 보니, 어느덧 인생이 뒷부분을 향해 가고 있었다. 2011년, 약속했던 대로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물만난 고기처럼 식음을 잊고 그림에 열중키도 했다. 한번 꽂히면 직진하는 성미 그대로였다. 화실에 가는 날이나 안 가는 날이나 구분 없이 하루종일 캔버스에 몰두했다. 그렇게 완성한 작품이 얼추 80점이 넘어가다보니, 그동안 팬데믹이니 병치레니 때문에 ‘10년이 되면 전시회를 열어야지’ 했던 계획이 조금 늦춰져서 올 가을에 드디어 총정리해 볼 요량이다.


그에게 그림이란 평생 철갑을 두르고 살아왔던 그에게 혼자만 숨죽여 간직했던 아픔과 슬픔, 고통으로 점철된 가슴 속의 응어리를 토해내는 작업에 다름 없다. 글로도 말로도 표현하지 못했던 저 깊은 내면의 밑바닥에 가라 앉은 그 ‘무엇’까지 모조리 끄집어 내어 뿌리고, 쌓고, 긁고, 뭉개면서 그린 작품들, 이것을 드러내어 나누고자 하는 데에는 나름의 목적이 있다.


조상아씨는 불과 얼마 전에도 엄청난 고통을 동반한 병마와 싸웠다.

한두번 아파 본 것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낙망과 낙심이 엄습해 왔다. 이렇게 인생이 끝나나 싶은 두려움과 서글픔, 후회로 안절부절 못하던 차에 뭐라도 해야 할 것만 같아 휠체어에 올라 무작정 거실에 세워둔 캔버스 앞으로 향했다. 붓을 들고 형태를 만들 기력도 없었던 조씨는 손에 물감을 짜서 그대로 문지르면서 신음과 식은땀으로 그림들을 완성해갔다. 그러는 와중에 어둑어둑 해지는 방안에서 실날 같은 빛을 느끼며 몸은 물론 응어리 가득찬 마음의 치유와 회복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나는 포도나무이고 너희는 가지다. 사람이 내 안에 살고 내가 그 사람 안에 살면 그는 많은 열매를 맺는다.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요한복음 15장 5절


새삼 돌이켜보니 20대, 30대엔 자신이 바로 포도나무였고,’ 나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는 자만심이 하늘을 찔렀다. 사업적으로도 성공을 구가하던 지난 날은 바닥으로 내쳐지기 위해 올라가는 수순이었을 뿐이지만, 그때는 몰랐다. 평생 그렇게 고공행진하며 구름위를 날 줄만 알았다.


미국에 온 뒤로 모든 것을 다 내려놓아야 하는 일들을 연거푸 겪었고, 컨트롤 할 수 없는 이별과 변화의 소용돌이, 그리고 육신의 연약함까지 사방에서 철퇴를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놓치지 않았던 십자가 덕분에 다시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은혜를 수차례 경험하며 결국 우리는 포도나무에 속한 가지일 뿐이요, 포도나무를 떠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울며 엎드려 자복할 수 밖에 없었다.


눈을 들어보니 하루 하루 일상 생활이 바로 기적이요, 무엇보다도 내 영혼이 안착할 곳이 있음에 감격힌다. 이제, 하늘에 속한 자의 기쁨을 증거하는 한없이 부드러운 왕언니가 되어 이 포도밭의 진리를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한다.


특히 혹독한 시련기를 통과하고 있는 교우들이 뜨겁게 토해내는 성가대의 찬양을 통해 우리 안에 운행하시는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고 울컥하는 감동을 나누었던 것처럼, 쑥대밭과도 같은 혼동의 인생 속에서 마침내 그려낸 참 소망의 단편들을 만나러 와 달라고 조심스레 청해 본다.


이번 전시회는 그 순전한 목적을 위해서 마련했다.

넘치게 허락해 주신 거처인 이곳, 마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이곳에서 지난 15년 동안 묵묵히 가꾸어 온 산과 나무와, 돌과, 작은 포도밭을 배경 삼아 조촐한 전시회를 개최한다.


에스콘디도의 조상아 씨 자택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오는 10월 25일부터 3일간 진행되며 내년에는 한국에서 개인전도 준비 중이다.


글: 서정원

샌디에이고 중앙일보

The Korea Daily San Die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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