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천국 Ogree’s Ranch 가족
- sdkoreanmagazine
- Aug 1, 2024
- 3 min read
Yujin & Annika Rim 오리 엄마, 오리 언니
8월호 표지모델은 스크립스랜치에 있는 오리들의 천국 ‘오그리s 랜치’(Ogree’s Ranch)를 돌보고 있는 임유진, 아니카 임 모녀입니다.
오리 엄마 임유진씨는 Art Forever 212를 운영하며 작품 활동을 하는 동시에 아동미술과 입시미술 전문 강사입니다. USD에 재학 중인 오리언니 아니카는 부친을 도와 Property Manager 일도 하고 있습니다.
‘오그리s 랜치’는 2020년 Rim Family에게 우연히 찾아 온 ‘오그리’의 이름을 딴 오리천국입니다. 현재는 오그리와 동그리, 솜이, 레이, 아롱이 등 5마리의 오리들이 마음껏 뛰어노는 평화로운 곳입니다.
도시 한가운데 자리잡은 오리천국, 오그리’s 랜치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오그리’s 랜치 이야기 (1)
현관문을 연 아니카는 작은 쇼핑백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 안에는 6개의 알이 쪽지와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Happy Easter! My duck laid a few extra sanitized eggs. And I thought you could have use for them. Take care .”
이웃의 부활절 선물인셈이네요. 하지만 팬데믹으로 세상이 갇혀있을 때라 여러모로 신경쓰여서 난감했습니다.
아니 그런데 아니카는 자꾸 오리를 부화시키겠다고 떼를 씁니다.
엄마품도 아닌데 오리가 부화되기나 할까요?
맨날 먹는 계란같은 알 속에서 몸과 뼈가 자란 후 털 달린 오리가 나온다고? 가능하기나 할까? 솔직히 상상할 수도 없었답니다.
아니카는 인터넷을 뒤져 연구를 한 끝에 안쓰던 어항에 흙을 깔고 열을 발산시키기 위해 큰 전구가 달린 등을 넣어줬습니다. 그리고 알들을 돌려가면서 골고루 온기가 전달되도록 정성을 쏟았습니다. 온도를 90도 정도로 뜨겁게 유지하면서요.
아! 그런데 6개의 알 중에 5개가 그만 성장을 멈추고 맙니다. 겨우 홀로 남은 마지막 알에 가족들은 저마다 제발 제발 마음을 졸이며 속삭입니다. 알도 스스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듯 선명한 핏줄을 드러내며 날로 날로 변화를 보여줍니다.
드디어 28일째 되는 5월8일 밤, 아니카의 다급한 부름에 가족들이 모두 어항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와, 알 속에 있던 무언가가 껍질을 툭툭 건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오묘한 생명의 신비를 목격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껍질이 완전히 깨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다음날 아침 아니카는 일찍 눈을 뜨자마자 어항으로 달려갑니다. 세상에나, 알을 깨고 나오느라 온 힘을 다 써버린듯 힘없이 누워있는 오리가 한마리 있었습니다. 마치 기적이 일어난 것만 같이요. Aww 귀엽고 안쓰럽고, 안쓰럽고 귀엽고…온 가족이 감동과 흥분을 감추지 않습니다. 마치 막내 동생이 태어나는 것을 보는 느낌이었을까요.
5월9일에 태어난 오리, 아니카는 베이비 오리를 ‘오그리’라고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오그리는 태어나자마자 만났던 아니카와 가족들을 무척 따랐고 다른 사람들과도 너무 잘 어울리는 애교가 많은 오리였습니다.
2020년 5월, 오그리가 찾아 온 이후로 Rim Family는 오리사랑 가족이 되었습니다. 매일 오리에 대해 공부하며 오리박사가 됩니다. 오리가 똑똑하고 사교성 많고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교감능력이 있다는 것을 직접 키우지 않으면 알기나 했었을까요. 특히나 ‘내새끼’ 오그리는 정말 특별했습니다. 어느덧 눈빛만 교환해도 무엇이 필요한지 알 수가 있었습니다.
오그리는 무럭무럭 자랐지만 밤이면 혼자 자기 어려워 했습니다. 가족들이 번갈아서 같이 자 줘야 울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과 동물인데 늘 그렇게 하기는 어려워 한달쯤 지나 동생을 데려오기로 했습니다. 생후 1주일 되는 오리가 집에 왔습니다. 오그리 동생이니 동그리라고 이름 지어줬고, 유난히 활동적인 동그리는 오그리를 짖궂게 괴롭히곤 했지만 서로 의지하며 가족이 되어갔습니다.
Rim Family는 오리 키우기에 진심이었습니다. 몸은 분주했지만 마음만은 여유로웠습니다. 오리를 위해 뒷마당을 꾸미며 자연과 함께하는 즐거움도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정성을 들인만큼 나를 따르고 내가 없으면 안되는, 보호해주고 사랑해줘야 하는 대상이 있다는 사실은 삶에 대한 책임감과 활력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늘 함께 있어서 알지 못했던 ‘가족’에 대한 의미와 사랑을 오리가 깨닫게 해준 것입니다.
그전에는 아침형 인간과는 정반대의 라이프 스타일을 갖고 있었지만 어느새 새벽같이 눈이 반짝 떠져 오리를 챙기고 마당과 주변을 깨끗이 청소합니다. 우울한 틈이라곤 없으니 다른 일을 하는데도 힘이 나서 여러모로 달라졌다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아이들 친구들과 손님들도 오리를 보러 방문을 하고, 어디를 갔더니 오리와 관련된 goods가 있다고 생각나서 샀다며 여러분이 관심가져 주고 격려해주니 덕분에 관계가 돈독해집니다.
쇼핑백에 담겨 온 오리알로 인해 새삼스럽게 깨닫게된 행복의 크기가 이렇게나 클 줄을 누가 알았답니까.
그.런.데. 어느날! 엄청난 일이 발생하고 맙니다. <9월호에 계속>
글:서정원 / 사진: 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