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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라비스타 김예리 선생님


프랑스 자수 기법과 홈패션 기법을 접목하여 가방류를 제작하는 김예리씨는 자신의 노하우를 샌디에이고 주민들과 쉐어하고 있다.


양재, 홈패션, 프랑스 자수 클래스 외로운 타향살이 풍성하게 채워 나만의 옷, 가방, 파우치 완성반

낯선 외국생활, 또다시 주재원으로 발령나 외국에서 생활하게 되었다고 하면 남들은 색다른 경험을 하겠다고 부러워하고, 내심 기대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에휴”, 적응하는 동안 또 어떻게 지내야 할지 막막해진다.


이미 브라질에서 5년을 보냈던 경험이 있는지라 이번엔 미국이라니 그래도 다행이지 싶었다.


하지만 새로운 곳에 적응한다는 것은 여전히 녹록치가 않은 일이다.


남편이 회사에 출근하면 세 아이들과 오롯이 시간을 보내야 하니 집안일하고 아이들 학교에 후다닥 보내는 전쟁을 치르고 나면, 갑자기 향수병도 밀려들고 은근 외로워지면서 정적이 흐른다. 이런 허전함은 어쩐지 기시감이 있다.

  

25년전 한국에서 결혼하고 첫 아이를 임신한 때가 바로 그 어렵다던 IMF 시절이었다. 첫 아이인지라 그렇지않아도 모든 것이 어설플 때였다. 알 수 없는 허전함도 감당하기 힘들었다. 관심을 기울이고 집중해야 할 ‘일’이 필요했다. 이왕이면 태교에 도움을 주는 것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의상에도 관심이 많았기에 옷만드는 것을 배워보고 싶었다. 홈패션과 양재수업을 듣고 옷감을 사러 다니는 일은 신기하게도 하나도 힘들지 않고 재미있기만 했다. 본격적으로 옷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바로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브라질로 발령이 났을 때도 옷을 만들고 홈패션을 하느라고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쉽게 극복할 수 있었다.

옷을 만드는 법도 배웠겠다, 딸내미가 둘이니 이런 옷, 저런 옷을 실컷 만들어 줬다. 딸들이 한국에서 중학교 입학할 때는 멋진 코트를 만들어 입혔다. 미국에 와서 고등학교 프롬 때는 드레스까지 만들어 줬다. 다행히 딸들은 일상복 부터 파티복까지 자기들에겐 개인 디자이너가 있다면서 엄마 옷이나 가방을 착용하는 것을 너무나 좋아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해주니 오히려 고맙고 감사하다.


이렇게 옷과 가방, 파우치를 만들어 주는 것은 이제 일일이 기록으로 남길 일이 아닐 만큼 익숙한 일이 되었을 때 이왕이면 그 옷과 파우치에 포인트를 주고 싶어서 프랑스 자수도 배웠다. 프랑스 자수 기법과 홈패션 기법이 접목된 파우치나 가방은 가히 작품이라 할 수 있을 만큼 혼신의 노력과 애정이 담겨있다.

사람사는 것은 다 똑같을 테니 주변에 분명 새로운 것을 배우고 만들어 내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은 분들이 있을 것 같았다.


요즘처럼 손으로 무엇을 한다는 것이 번거롭고 생소하게 느껴지는 때에 홈패션과 양재, 자수를 배우려는 사람이 많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처럼 외로움과 허전함을 극복하고 창작의 기쁨을 누리면서 생활의 활력소를 찾고자 하는 분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지난해 10월 드디어 클래스를 시작했다.

클래스라고는 하지만 도공이 도예를 가르치듯 도제식으로 한사람 한사람에게 신경써서 알려줘야 하는 부분이 많아서 한번에 소수의 인원만 가르치고 있다. 수강료 역시 최대한 부담없이 저렴하게 책정했다.

개인적으로는 어느덧 갱년기, 다행히 친구같은 딸들과 똑똑한 아들 그리고 듬직한 남편 덕분에 큰 어려움없이 지나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끼리는 우리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어느 나이대이건 적응기, 권태기, 오춘기, 심심기를 겪고 있다면 하찮은 ‘기’에 눌리지 말고, 재봉틀과 바늘을 들고 오시라! 배우고 완성해가는 기쁨을 함께 누리기 바라는 마음이다.


-출라비스타에서 김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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