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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삶을 위한 ‘재미’ 찾기

Updated: Mar 28, 2024

최근 유퀴즈란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 UCSD의 오승은 교수가 출연했다. 오승은 교수는 한국 수능 역사 첫 만점자로 매해 수능 결과가 발표되는 즈음이면 그 이름이 재조명되곤 하는 유명인사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오승은 교수는 공부를 잘하는 비결에 대해 묻는 질문에 환경이 중요하다는 말과 함께 "공부가 재미있으면 좋고, 적어도 공부를 미워하지 말라"고 답한다. 오승은 교수는 이어 자신의 근황에 대해 여전히 “재미있는 걸 찾아가는 길”이라고 이야기한다. 학문에 대한 호기심과 의미있는 삶에 대한 유연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재미”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아, 저분은 재미있는 일을 하며 사니 참 행복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가 상담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다. 보편적으로 행복한 삶이란 안정된 환경, 화목한 가정(관계), 건강 이 세가지가 기본 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러 다양한 이유로 이러한 행복의 조건들이 무너지거나 불균형이 심해지면 사람들은 우울, 불안, 무기력 등을 느끼게 된다. 마음을 어렵게 하는 현실을 뚫고 나갈 힘도 없고, 의지도 약해져서 더이상 어찌할 방법을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호소하는 분들에게 필자는 종종 뭔가 재미있는 것을 찾아보자고 제안을 한다. 마음이 힘들어 찾아온 사람에게 재미있는 게 뭐냐 재미를 찾아보자고 하면 이게 무슨 소린가 싶을 수도 있지만, 심리정서적으로 이미 벽에 부딪혔거나 구석에 몰린 상태에서는 어떤 해결 방법도 좋은 효과를 내기 어렵고 오히려 문제에서 시선을 돌려 기분을 전환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반응은 물론 행복하지 않은데 어떻게 재미있는 게 있겠냐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 다시, 행복해야 재미있을까, 재미있으면 행복할까?


미국의 조직심리학자 마이크 러커(Mike Rucker)은 자신의 저서 "The Fun Habit: How the Pursuit of Joy and Wonder Can Change Your Life"에서 행복과 재미에 대한 흥미로운 관점을 이야기한다. 러커는 행복과 재미를 구별하는데, 행복은 주로 결과 중심적이고 감정 상태에 초점을 맞추는데 비해 재미는 행동 중심적으로 실제로 활동을 체험하고 느끼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 러커는 많은 사람들이 생산성을 우선시하면서 재미있는 일에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며, 재미있는 일을 많이 할수록 건강과 인간관계가 좋아지며 생산성도 향상된다고 강조한다. 러커는 각자가 선호하는 재미있는 활동을 찾고 그것을 통해 스스로를 관리함으로써 더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러커는 행복만 추구하는 삶이 정서적 유연성이 부족하다고 설명하며, 재미를 추구함으로써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고 받아들이며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다시말해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이 꼭 재미있는 삶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재미는 행복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재미의 본질” 의 저자 김선진 교수는 재미를 ‘선택하고, 변화를 추구하며,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정의한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자면 호기심 같은 내적 동기가 필요하지만 자발적인 선택만으로도 일단 무엇인가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재미라는 것이다. 재미는 스스로 찾아 나서야하고 행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재미는 성취가 아닌 새로움을 경험하고 즐기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줄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재미는 새로움과 변화를 추구하는 태도이고 그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결과에 초점을 맞추는 순간 재미를 느끼기 어려워진다. 그리고 재미는 일상이다. 재미는 멀리서 찾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재미하면 뭔가 대단한 것, 열광적인 것, 흥분시키는 것을 떠올릴 수 있지만 재미는 현재 일상이 존재하는 삶의 터전에 얼마든지 있다. 다시말해 재미는 수동적으로 기다리면 자연적으로 얻게 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획득해야 하는 것이다. 


삶이 버겁고 힘들기만 하다면, 혹은 딱히 불행하진 않지만 행복하지도 않은 것 같다면, 그래서 행복해지기 위해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고민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재미를 찾아내고 경험하는 것을 추천한다. 당장은 어떤 결과물을 가져오지 않지만 재미는 자신의 내면의 긍정적인 감정들을 다시 이끌어내어 창조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새로운 눈으로 상황을 볼 수 있게 되고, 자신의 틀에서 벗어난 생각을 할 수 있는 영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예를 들어 그림 그리기, 음악, 노래 같은 예술활동을 하거나 새로운 운동이나 취미를 배우거나, 식물을 키우거나,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것도 좋다. 발런티어나 종교모임 등에 참여하여 사람들과 교제하는 것도 재미를 느끼고 활력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2024년에는 당신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다양하고 색다른 재미를 선택해 보시기를 바란다. 

샌디에이고 중앙일보

The Korea Daily San Die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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