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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과 인내

Updated: Mar 28, 2024

Silence is a form of protection.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나를 보호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작가, 한인 2 세로 LA에서 출생하고 성장한 낸시 주연 김의 “The last story of Mina Lee(미나 리의 마지막 이야기, 2020년 출판)”에서 나오는 한 구절이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우리는 침묵한다. 그리고 내 안에 부정적인 감정이 가득 할 때 내가 부적절한 말을 함으로써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받아들일 지 모르고 또 내 말이 상대에게 상처를 줄 까봐 두려워서 침묵을 선택한다. 나의 슬픔과 분노, 실망, 수치심 등의 부정적인 감정들이 드러나지 않게 꼭 꼭 마음의 문을 닫고 입을 닫고 참으면 그 고통스러운 감정들이 지나가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침묵,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나를 방어하고 보호하는 것 처럼 믿는다.  성격상 과묵하거나 말을 구사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선택의 여지없이 침묵이 자동적인 반응이 된다. 더구나 침묵과 인내는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귀중한 덕목으로 여기기 때문에 또 이민자로서 영어 구사가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말하기 보다는 침묵을 쉽게 선택하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사회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인기가 있고, 말을 잘 하지 않는 사람들, 자기를 표현하지 않는 사람들을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한다.  말이 없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신뢰를 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런 문화의 현저한 차이는 이민자 가정의 부모 자녀관계에서 잘 나타난다. 어려운 일들과 부정적인 사건들에 관해서 대화하기 보다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부모들을 2세 자녀들이 이해할 수 없고 그래서 신뢰도 할 수 없다고 한다.


최근에 페니라는 아시아 계 40세 여성이 엄마와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필자를 찾아왔다. 페니는 자기는 좋은  대학을 나왔고 좋은 직장을 가졌고 결혼도 했고 남편과도 잘 산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아버지와 말을 안 하기 시작한지 10년이  넘었다고 한다.  엄마와는 5년 전 쫌에  유대계 심리치료사와 가족치료를 시도하였지만 엄마가 일방적으로 가족치료세션을 원치 않아서 그만 둔  후로는 서로에게 침묵하며 문자도 전화통화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몇 달 전에 문득  엄마가 갑자기 돌아 가시면 내 마음이 더 편치 않을 것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시아인의 문화와 풍습에 이해가 있는 상담선생님을 찾아서 가족치료를 다시 시도해서 엄마와 대화소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페니는, 자기 엄마는 본인이 자녀들에게 준 상처는 언급조차 하는 것을 싫어하고 무조건 자기 잘못을 덮어 버리는  나르시스트나 양극성장애나 성격 장애인 것 같은데 치료가 가능하겠냐고 필자에게 묻는다.  덧붙여 말하기를  “선생님, 나의 어머니는 언제나 나를 무엇인가가 부족한 사람처럼 바라본답니다. 제 결혼식에서도 축복과 격려의 말 대신 엄마는 나 보다도 나의 남편을 더 신뢰하기 때문에 우리들이 잘 살 것이라고 했어요”.  겸손의 미덕, 그리고 사위를 더 믿는다는 표현이 사위를 칭찬하는 것이며 이러한 칭찬으로 인해 사위가 더 딸에게 잘 할 것을 부탁하는 이런 식의 대화를 차세대들은 이해를 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적인 요구보다는 간접적으로 돌려서 요구하는 것이 공손하고 예의 있게  받아들이는 아시아인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는 심리치료사와의 상담은 가족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기도 한다.


침묵과 인내로는 관계를 회복할 수 없다. 관계에서 오는 고통들은 아무리 참고 기다려도 사라지지 않는다. 침묵과 인내가 우리 이민 2세대들에게는 무관심과 책임회피로 느껴진다. 현대심리학에서는 서로 보지 않고 지낸다 해도 가족을 향한 기대와, 실망, 그리움 등 복잡한 감정들이 우리 마음에 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부모 자녀 간의 관계에서 오는 고통은 우리가 늘 가지고 있는 것이며 그래서 영별후에도, 그 복잡한 감정이 우리들 마음에 더 큰 고통(complicated grief)으로 남게 된다.  


우리 모두가 문화와 세대의 차이로 오는 갈등과 어려움을 인정하고 서로를 이해하고자 하는 자세로 전문 상담가의 도움도  요청하여 침묵이 아니라 적극적인 대화로  더 늦기 전에  건강한 가정,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기 바란다.


엘림상담센터(elimccfc.org)

백이숙

상담전문가(yisookbaik@gmail.com)

샌디에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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