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마운틴 리뷰 - 1월: 사우전드 아일랜드 레이크, Thousand Island Lake




캘리포니아에서 오래 사셨던 분들은 한 번쯤 존 뮤어 트레일 (John Muir Trail)에 대해서 들어 보셨을 겁니다. 존 뮤어는 미국 국립공원의 아버지로 불리는 환경 보호 운동가이며 오늘날 요세미티 국립공원이 있을 수 있게 해준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캐나다의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과 더불어 세계 3대 트레일 중 하나인 이곳은 매년 세계의 수많은 하이커들을 초대하여 하이 시에라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오늘 산타에고는 그 이름만큼이나 존경스러운 존 뮤어 트레일을 따라 Thousand Island Lake에 1박 2일 백패킹을 떠납니다. 


작은 바위섬 천 개가 모여 있어 천섬 호수라고 이름 붙여진 Thousand Island Lake는 모든 하이커들이 입을 모아 뽑는 JMT 최고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호수까지 가는 방법은 총 3가지의 코스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곧고 쭉 뻗은 능선을 따라 걷는 동쪽의 PCT(Pacific Crest Trail) 코스, 두 번째는 굽이굽이 아름다운 호수들을 감상하며 걷는 서쪽의 JMT 코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빠르고 쉽게 정상까지 갈 수 있는 중앙의 River Trail 코스가 있습니다. 각각의 분위기와 산행 난이도가 무척 다르기 때문에 본인의 체력과 스케줄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코스를 선택해야 합니다. 산타에고는 오늘 동쪽의 PCT 코스를 통해 정상까지 올라간 뒤 호수에서 하루 야영 후 다음날 JMT를 통해 하산하는 일정입니다. 

 

새벽 일찍 샌디에고에서 출발한 일행은 6시간의 운전이 짧게 느껴질 만큼 설렘 가득히 트레일 헤드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이제는 제법 준 산악인의 포스가 느껴질 만큼 다들 능숙하게 본인의 장비를 점검하고 익숙한 포즈로 길 위에 올라 빠르게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화창한 날씨에 시에라 네바다의 상쾌한 미풍까지 겹쳐 걸어가는 길이 상쾌하기 그지없습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눈이 시릴 만큼 아름다운 풍경에 가슴이 벅차 오지만 이미 만 피트 이상의 고산지대를 걷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빨리 걸어도 가빠 오는 숨은 어쩔 수 없습니다. 다들 쉬는 시간마다 부지런히 수분과 전해질 음료를 섭취하며 고산증을 미리 예방하였습니다. 


출발한 지 얼마나 됐을까 저 멀리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저 멀리 계곡 너머로 Shadow Lake가 보이기 시작했으며 그곳에서 시작된 폭포가 엄청난 굉음과 함께 스펙터클한 장관을 만들어 내고 있었습니다. 멈추어 서서 사진을 찍고 있으면 어렵지 않게 세계 각지에서 온 PCT 하이커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멕시코 국경에서 시작하여 캐나다까지 걸어가는 그들은 이미 한 달 넘게 이 길을 걷고 있으며 가벼운 인사를 통해 쉽게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모하비 사막과 하이 시에라를 이미 횡단한 그들의 무용담을 들을 수 있는 찬스이니 기회가 된다면 꼭 말을 걸어 보시기 바랍니다. 


산의 능선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던 트레일은 마지막 2마일 정도를 남겨놓고 급격히 가팔라지기 시작했으며 그 경사만큼이나 무자비하게 일행의 체력과 정신력을 테스트하였습니다. 영원처럼 느껴질 정도로 땅만 보며 걷다 보니 저 멀리 Banner Peak이 보이기 시작했으며 일행은 마치 등대처럼 그 끝을 따라 걸어 마침내 Thousand Island Lake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막 지기 시작하는 노을에 온 세상이 장밋빛으로 물들어버린 호수의 풍경은 마치 신이 우리를 위해 준비해 주신 선물인 것처럼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마지막 붉은빛이 Banner Peak의 끝에서 사라질 때까지 오페라처럼 울려 퍼진 절경에 일행은 사진 찍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넋을 놓고 풍경을 감상하였습니다. 고산지대의 산행에 지칠 대로 지친 온몸의 피로가 바로 한 방에 날아가는 신기한 경험에 서로서로 웃음을 지으며 왜 사람들이 이곳에 그렇게 오고 싶어 하는지 그 이유를 분명히 알 수 있었습니다. 서둘러 캠프 셋업 후 맛있는 저녁과 위스키 한잔 그리고 머리 위에 쏟아지는 별들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즐거운 대화로 이렇게 첫날을 마무리하였습니다. 

 




둘째 날 아침 호수에 부딪쳐 반짝이는 아침 햇살에 잠을 깼습니다. 오늘은 그토록 기대하던 존 뮤어 트레일을 따라 걸으며 아름다운 호수들을 구경할 예정입니다. 호수들의 이름이 모두 보석으로 이루어진 Emerald Lake, Ruby Lake 그리고 Garnet Lake를 지나면 어제 스쳐 지나가며 보았던 Shadow Lake와 그 밑으로 이어진 거대한 폭포를 만나게 됩니다. 이 부분은 존 뮤어 트레일의 백미인 구간이며 걸어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이 감동의 연속에 이 길을 걸을 수 있는 오늘에 감사하였습니다. 특히 Garnet Lake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이 있으며 서둘러 카메라를 들어보지만 그 풍성한 아름다움이 사진에 다 담기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만 커져갑니다.


Garnet Lake 주변에 배낭을 내려놓고 보석같이 투명한 물에 발을 담근 채, 마치 동화 속 같은 주변 경관을 둘러보고 있자니 몸도 마음도 정화되는 것 같습니다. 호수 반대편에서 자유롭게 수영을 즐기는 다른 하이커들을 보고 있으니 부러운 마음과 함께 다음에 방문할 때는 꼭 수영복을 가져오리라 마음먹습니다. 비록 2주 넘게 걸리는 존 뮤어 트레일을 다 걷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짧게라도 그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고 또한 그 한 부분이 되었음에 행복한 산행이었습니다. 그리고 항상 옆에서 같이 걸어주는 산타에고 회원분들 덕에 더욱 의미 있는 산행이었던 거 같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추억을 가슴에 새기며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Let’s hike!


장소: Pacific Crest Trail - Agnew Meadows Trailhead, Agnew Meadows Rd, CA

예상거리/ 시간/ 획득고도: 20.3 mi/ 10시간 ±/ 3,687 ft

사우전드 아일랜드 레이크 퍼밋 정보: https://www.recreation.gov/permits/233262


글_Jay Lee (산타에고 회장), www.santaego.com

0 views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