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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림 북 클럽 - 1월 리뷰 - Nineteen Minutes: A Novel



“잠시 후 스피커 점검이 있을 예정입니다. 사이렌 소리가 약3초간 울릴 것 입니다. 학생과 교직원들은 소리에 반응하지 마시고 일과를 진행 해 주시기 바랍니다. “


교장선생님의 안내 방송이다.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고와 재난에 대비한 반복적인 훈련, 연습을 drill이라고 하는데 그 날은drill을 위해 스피커를 점검하는 시간이었다. 화재, 지진,토네이도 등 재해, 재난 대피 훈련과 더불어 엄격하게 강조되는  lockdown drill이라는 것은 외국인 출신인 교사에게 아직도 한없이 낯선 광경이다. 침입자에 대비하기 위한 봉쇄 훈련이라는 lockdown drill은 사건의 성격에 따라Shooter drills, active shooter training등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간단히 말해 총기 난사 사건 등에 대비하기 위한 훈련을 일컫는다.


Sensory processing disorder로 도움을 받고 있는 어린이를 교사 양쪽 날개에 끼고 소리가 무서워 귀를 막고 싶다는 아이들에게는 사물함에서 헤드폰을 미리 꺼내 쓰도록 도왔다. 나머지 아이들도 각자 자신의 테이블에서 웃고 이야기 하며 활동을 이어나간다.


곧이어 짧은 사이렌소리가 났다.  요란한 소음은 오히려 침묵을 만든다. 흩어져 놀이하던 아이들이 하던 것을 멈추고 일사분란하게 대피로 문 앞에 일 열 종대로 모인 모습은 마치 군대와 같았다.  분명 스피커 점검이라는 안내가 있었음에도 어린 아이들의 모든 감각은 소리에 반응했고 지금은 그저 실제 상황일 뿐 이다.  이것이 Shooter의 침입 이었다면 아이들의line-up이 오히려 침입자의 표적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울컥하는 마음과 함께 생각이 더욱 많아진다. 하루 일과 중 부모를 잠시 떠나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 모인 학교라는 공간이 ‘creating of fear’의 장소가 되어버린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왜 학교에서 이런 공포를 훈련이란 이름으로 계속 되뇌 어야 할까?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고, 계속 될 것을 예상해야만 하는가?  이 날의 장면이 북 클럽에서 소설 [19분]을 함께 읽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고교총기난사#소설#미국


2024년 1월 도서 [19분]

너무도 간단한 세개의 해시테그로 어렵지 않게 1999년도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의 기사를 접할 수 있었고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조디 피콜트의 소설 [19분]을 2024년 북 클럽의 첫 도서로 선정하게 되었다.  

 

우리의 모임은 펜데믹을 겪고 있던2020년 8월 20일 Contemporary Asian American Book Club으로 엘림 상담센터 소속이며  영.미 Asian 작가 소설을 선정하여 함께 읽고 이야기 한 것이 이제까지 정기적인 온라인을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책이 주인공이 아닌 내 삶이 주인공인 북 클럽으로 Empowerment, 즉 스스로가 내 삶의 의미와 권한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부여하는 힘의 원리를 내 안에서 찾자는 의지에 초점을 두는 소설 읽는 모임이다.

 

그렇게 소설 [19분]을 만나고 작년 말에 걸쳐 1, 2권을 돌려 읽으며 인물과 사건에 대한 생각을 함께 나누었다. 소설 속 인물을 만나며 나와 내가 만났던 사람들, 우리의 학창시절과 다음 세대까지 생각 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직까지 정답이  없는 어떤 문제라도 좋은 질문을 만들면 해결책으로 이끌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니 그러한 의미에서  [19분]은 좋은 질문의 책 이었다.  

 

이야기는 뉴햄프셔 한적한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스텔링 고등학교에서 19분동안 10명의 사람이 죽고 9명이 중상을 입는 총격 사건이 벌어진다. 학생이자 가해자이며 살인자인 피터의 19분과 더불어 그가 연약하고 작아 또래 남학생 그룹에 속할 수 없이 살아왔던 나머지900만분의 시간도 그 안에 함께 있다.

 

피터에게 가해진 괴롭힘과 따돌림의 시작은 예상대로 아주 어린 학령 초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은 그리 놀랍지도 않은 설정이다. 오히려 놀라운 사실은 피터의 가정환경이 저소득층도 유색인도 결손 가정도 아닌 중산층 엘리트 부모님 슬하의 백인 가정이라는 점 이었다.

 

사실을 바탕으로 한 피터의 성장 배경은 인종을 제외하면 이민생활에 바삐 치어 살아가는 내 가정, 이웃의 모습과도 닮아 있었다. 가족과 진심으로 대화를 나눈 것은 언제인지, 그나마 대화라는 것이 서로의 성취 만을 갈망하며 반응한 것은 아니었던지. 각자의 바쁜 일상과 해결해야 할 과제때문에 외면했던 많은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렇다면 나는 괜찮은가? 저 깊숙이 묻어 두었던 이민생활의 고단했던 기억 또한 수면위로 떠 올랐다.

 

피터의 일상을 읽고 가해자 끔찍한 총기 난사 사건의 살인자는 사회 경제적으로 혹독한 환경에 노출되었을 것 이라는 내 의견은 편견이었고 그것은 이러한  사건이 내 주변, 어쩌면 나에게 그리고 내 아이들에게도 언제든 일어날 수도 있을 것 이라는 가능성을 암시했다. 밀쳐지고 조롱과 따돌림의 대상이 되어 티징와 불링의 누적된 경험이 결국은 총기 난사 사건이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19분]의 총기 사건은 결국 우리 모두가 앞으로만 나아가기 바빠 외면했던 불편한 감정의 결과였다.  

 

낯선 이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학기 중 적어도 10차례 drill을 시행하면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될 때까지 총 130번의 active shooter drill을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교실문을 잠그고 교실 창문을 가리고 학생들의 복장과 사물함을 조사하여 총기 소지를 검사하며 학교에 경찰을 배치한다. 이제는 학생들에게 투명 배낭을 메고 다니게 하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닥쳐 올 다른 총격에 대비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방탄 조끼까지 착용하게 할 작정이 아니라면 이는 너무 소극적인 대처 방안이다. 예방 차원의 좀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함을 느낀다.

 

현재 학교에서 이루어 지는 폭력 예방 방지 실천 사항으로는 Sandy Hook Promise Foundation의 익명  제보 시스템인 Say Something을 training하고 있다. 학생, 교사, 교직원 뿐만 아니라  자원 봉사자 에게도 예방 시스템을 알리고 교육한다.  이는 괴롭힘 따돌림등의 행동을  직접 경험하고 있거나 목격한 사람이 익명으로 제보하는 시스템이며 온라인 sandyhookpromis.org/say-something으로 접속, 혹은App을 다운로드 하여 익명 제보 제출이 가능하다. 또한 전화 Hotline 1-844-5-SayNow를 통해  상담원과 통화할 수 있다.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학급 내에서는 아주 이른 연령인 유치원보다 낮은 VPK에서 부터도 교육과정에 Second Step 이라고 하여 내가 나를 보호하는 First Step과 더불어 내가 나와 다른 사람과 함께 건강하고 안전하게 성장하기 위한 교육 과정에 참여 하게 된다.

 

Second Step의 세가지 기본 사항은 역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Listening Ear- 경청에는 듣고 따르는 Following instruction까지를 포함한다-, Be Kind, Safe Body가 있으며 교사와 아이들은 이를 염두 해 하루 일과를 진행한다. Second Step과 관련한 교육과정은Circle Time 또는 점심시간등을 이용해 진행되며 매일 아침 Listening ear , safe body, be kind중 한가지를 정하여 각자 Classroom Commitment을 하고 일과가 끝날 무렵 평가의 시간을 갖는다.

 

스스로 정한 약속이 잘 지켜 졌을 때 교사는 Dojo Island라고 하는 가상의 System안에 있는 개인 Monster에게 점수를 주어 가정에서 부모님도 함께 Monster Point를 모니터 하며 교사와 소통할 수 있다.  필자의 학급과 같은 경우 하루에 10점 이상을 받게 되면 종이 명함처럼 생긴 개인 카드에 super circle이라는 punch를 찍을 수 있고 super circle을 받은 학생은 그 날 스티커나 Gummy를 얻게 된다. 세개의 super circle을 받게 되면 교실에 준비되어 있는 ‘보물상자’를 열고 선물을 골라갈 수 있으며 super circle이  열 개 모이면 학교 Behavioral building에 있는 선물의 집에 초대받아 직접 선물을 고를 수 있다. 80년대 사라졌다는 토큰 강화가 찬반의 논란도 있지만 행동 지도에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의 표적 행동 수정에 도움이 되며 잘 하고 있는 아이들은 더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임에는 분명하다. 더욱이 온라인 세대인 VPK의 부모들에게도 가상 세계의 접속은 가정통신문이나 저널보다 신속한 반응과 참여를 유도한다.

 

아이들의 모든 감정의 끝에 폭력, 혹은 잠재적 폭력이 동반된 경우 열의 하나가 “모르고 그랬어요.”  또는 매우 드물게 “일부러요.”라고 말했다. 그 중 아홉은 왜 그랬어?  물으면 “쟤가 먼저 그래서 그랬어요.” 라고 답한다. 피터가 검거 되었을 때도 왜 그랬냐는 물음에 그는 대답했다. “걔네들이 먼저 그랬어요.” 피터의 유치원 새 도시락 통이 몇 번이고 스쿨버스 밖으로 던져져 울고 있을 때 가까운 어른이 왜 울고 있니 물어봐 주었더라면, 만약에 지속적인 괴롭힘에 대한 적극적 개입과 교육이 있었더라면 피터와 학생들인생의 900만분을 소설로 상상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900만분을 바꾸는 욕심이 너무 과했다면 적어도 부모님이, 친구가, 혹은 어떤 어른이 피터에게  왜 그러고 있는지를 너무 늦게 물어봐 준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 모든 피해자가 피터와 같은 가해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당장에19분 전에라도 누군가 지금 너는 괜찮은지 물어봐 주었더라면 아마 더 많은 것이 달라져 있지  않았을까?


엘림 북 클럽 1월의 소설 [19분]이 작은 질문을 던진다.    

 

소설 [19분]관련 고마운 분들. 절판된 19분 1권을 한국에서 공수 해준 그림책 작가 정희린님, 19분 2권을 어렵게 구해 보내 준 유학생 동기 동창 구나연님께 감사드립니다.



 


글: 이화영

2004년 샌디에이고의 아름다운 마을에 거주하다2021년 가을 Florida로 이주하여 현재 Pinellas County School District의 Fairmount Park Elementary School Voluntary Pre-Kindergarden의 교사이자 욜란다 라는 필명으로 글도 쓰며  엘림 북 클럽의 Facilitator로 활동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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